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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대박’을 만든 사람들 ①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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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5-06-28
철저한 연구가 완벽한 흥행 낳았다
[주간조선 2005-06-27 17:29]

‘문화 대박’을 만든 사람들 ①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지난 6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막을 내리자 관객들이 하나둘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기립박수 소리가 거대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배우들은 다섯 번씩 커튼콜을 받았다. 빈 좌석 하나 없는 공연…. 과연 ‘오페라의 유령’은 대박이었다.

LG아트센터에서 한국 배우에 의해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 것이 2001년이었으니 딱 4년 만이다. 이번에는 브로드웨이 출연진에 의한 오리지널 버전이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2001년 200억원에 불과하던 뮤지컬 시장은 이제 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관람객 수도 37만명(2001년)에서 70만명(2004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초대형 뮤지컬이 줄줄이 국내 시장에 진입했고, 이제는 뮤지컬 과잉생산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뮤지컬은 연극, 무용, 클래식, 오페라 등 모든 공연장르를 제치고 대중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표주자가 되었다.

‘캣츠’ ‘미녀와 야수’ 등 잇달아 히트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패러다임의 혁명을 가져온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20억원의 제작비, 7개월의 장기공연을 펼친 것이다. 대부분 “미쳤다” “안된다”고 했지만 관객 수는 24만명, 매출액은 무려 198억원이었다. 대성공이었다. 설도윤(46·설앤컴퍼니) 대표가 바로 이 ‘오페라의 유령’을 국내로 들여온 주인공이다. 그의 별명은 뮤지컬계의 ‘마이다스의 손’. ‘캣츠’ ‘미녀와 야수’ 등 그가 기획·제작한 굵직한 작품은 모두 대박을 터뜨렸다. 설 대표는 영국의 대표적 뮤지컬제작사 RUG(Really Useful Group) 작품의 아시아 지역공연에 대한 독점권까지 갖고 있다. 성공을 자축할 때도 되었건만, 그는 ‘여전히 배 고프다’.

- 3개월 공연 중 7월까지 사전예매가 끝났다니 요즘 흥이 나시겠어요.

“말도 마세요. 주변에서 지인(知人)들이 표를 구하고 싶다고 난리예요. 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습니까. 부탁을 거절하느라 아주 힘들어 죽겠어요.”

- 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는 이유가 뭡니까.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리서치를 아주 충실하게 합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무대에 올리기 전, 무려 6개월 동안 리서치를 했습니다. 리서치 비용만 1억원을 썼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제 눈높이입니다. 제 눈높이는 높지도, 낮지도 않아요. 지극히 평범한 관객의 수준이죠. 제가 좋아서 미치면 관객이 미친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 2001년에도 다들 “미쳤다”고 했고, 올해에도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개봉됐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데는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을 법합니다.


“네. 저는 영화가 오히려 공연 흥행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공연으로 이해 못했던 답답함을 풀어주고, 마케팅을 도와줍니다. ‘시카고’도 그랬거든요.”

설 대표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결과는, 그가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얻은 것이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영남대 음대를 2년 만에 중퇴, 1981년부터 뮤지컬 배우 생활을 시작해 이후 KBS상임안무가와 SBS 예술단장을 맡았던 설도윤 대표. 그가 본격적으로 뮤지컬 프로듀서로 나선 것은 1995년이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제작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의 투자를 받아서 뮤지컬제작사 T&S(Time&Space)도 설립하고 서울뮤지컬아카데미도 세웠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무렵 뮤지컬 ‘그리스’가 흥행에 실패했고, 삼성영상사업단과의 파트너십이 깨지면서 자금난에 몰려 T&S가 부도났다. 쫄닥 망한 것이다. 두 번째 실패였다. 설 대표는 이미 1992년 뮤지컬 ‘재즈’ 흥행부진으로 집을 팔아 마련한 제작비 1억8000만원을 몽땅 날린 적이 있다.

“제 성격이 무척 긍정적이거든요. 한마디로 철이 없죠. 생활비가 없어서 돼지저금통을 깨야 할 때도 그냥 즐겁게 깼어요. 와이프, 딸아이와 함께 ‘드디어 우리도 돈을 쓸 수 있다’고 기뻐했죠.(웃음)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제가 와이프에게 ‘직접 브로드웨이에 가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뮤지컬 제작 구상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아내는 물끄러미 쳐다보며 ‘미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결국 100만원을 구해줬어요.”

그는 미국에서 일주일 내내 이 작품만 봤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작품이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당시 대기업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설 대표는 과감히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거듭된 실패를 겪으며 그의 판단력은 누구보다 예리해져 있었다.

성공 후 해외 유명 뮤지컬 제작사의 대접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그를 만날 정도다. 2000년 그가 “RUG사와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했을 때 월트디즈니의 프로듀서들이 박장대소하며 비웃던 때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하다. 설 대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로 우리나라 전체가 격상되었듯이 공연계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덕분에 신분 상승했다”고 말했다.

신흥 뮤지컬 제작사 로열티 30%까지 올려


현재 뮤지컬 제작 파트인 ‘설앤컴퍼니’ 직원은 7명, 마케팅 파트인 ‘클립서비스’ 직원은 40명. 올해 매출액은 200억원 정도다. 설 대표는 뮤지컬 기획부터 제작 전반에 걸친 모든 사항을 컨트롤한다. 그는 “뮤지컬 프로듀서는 예술경영자이기 때문에 제작과 사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일반 관객의 시각을 잃어버리는 순간 ‘나는 끝’이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인건비가 매출액의 60%를 차지합니다. 로 리스크(low risk), 로 리턴(low return)이죠. 얼마나 효율적인 비용을 쓰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이 프로듀서의 역량입니다. 또 뮤지컬이야말로 하이 테크놀러지가 복합된 예술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이 지하세계로 들어올 때 유령은 단지 배를 젓는 포즈를 취할 뿐, 모든 작동은 컴퓨터가 합니다. 음악에 맞춰 몇 소절에 서고 몇 소절에 움직일지…. 때문에 고급 인력을 통해 뮤지컬의 질을 유지시키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뮤지컬에 미치지 않으면 절대 이 일을 못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쉽게 덤벼들었다가는 중도 포기하기 십상이다. 설 대표는 “최근 신흥 뮤지컬 제작사들이 그동안 체계적으로 쌓아놓은 시장을 마구 흐트려 놓는다”며 “너도 나도 뮤지컬 수입에 열을 올려 보통 10% 내외인 로열티를 30% 이상 상승시킨다”고 말했다. 결국 이로 인해 관객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있는 셈이다. 로열티 상승은 곧바로 티켓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문화를 너무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한다는 것, 또 돈이 되는 수입 뮤지컬에만 몰두해 창작 뮤지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설 대표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저는 ‘공연산업’이라고 생각해요. 세계 4대 뮤지컬 시장 매출이 10조원입니다. 지금도 수십 편의 작품이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우리도 빨리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다만 순수예술은 지속적으로, 아무 조건없이 정부와 기업에서 지원해야죠. 뮤지컬과 같은 상업예술은 지원할 필요없습니다. 대신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산 영화 성장에 도움을 준 것처럼 뮤지컬도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면 됩니다.”

설 대표는 아직 뮤지컬 전용극장도 하나 없는 척박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는 여전히 그를 움직이는 힘이다. “뮤지컬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졌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본의 뮤지컬 극단 사계(四季)의 1년 매출액이 2700억원입니다. 우리나라의 3배 정도죠. 우리도 앞으로 2010년이 되면 뮤지컬 시장이 연간 2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경제 유발효과만 해도 엄청나죠. 장기공연을 하면 수백 명의 고용효과가 있고, 머그컵이나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고, 주변의 커피숍이나 음식점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앞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사와 공동 제작하거나 해외 직접투자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는 설도윤 대표. 그는 이미 2009년 무대에 올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세월과 경험의 내공은 언제든 빛을 발하는 법이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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