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기형기자] 이태화 유니슨 사장(57)은 우리나라 구석 구석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 마치 여행전문가처럼 오지까지도 손바닥보듯 훤하다. 20여년동안 토목공사 현장을 따라다니다보니 그렇게 됐다. 특히 도로건설 등 토목공사는 도시가 아닌 시골이 현장인 경우가 많아 오지에 밝다. 그는 모든 건설의 기초가 되는 토목의 경우 하찮은 부실이라하더라도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유니슨의 주력제품인 교량받침, 탄성받침, 신축이음장치 등 교량의 핵심부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다리를 이용하는 불특정다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즉 '제2의 성수대교 사태'를 부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사장이 유난히 품질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니슨은 8년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산업자원부에서 한국품질대상을 수상했다. 창업자인 이정수 회장은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품질로는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은 셈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올해에도 경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은 오는 19일 한국산업품질경영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이 사장은 "유니슨의 제품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20%가량 높은 가격을 받는다"며 "그래도 우리 제품을 찾는 건설회사들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바로 품질이 확실하다는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실적이 나빠진다해도 가격을 낮춰서까지 팔지 않는다는게 이 사장의 경영방침이다.
대신 품질만큼은 최고를 지향한다. 유니슨에는 품질만을 담당하는 직원이 13명에 이른다. 이들은 오로지 품질 검수만을 책임진다. 조그만 하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 팀의 존재이유다.
이 사장은 "품질이라는 게 하자발생만 줄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슨 연구소에는 석박사 출신만 20여명에 달한다. 연구소장을 비롯 해외박사 학위취득자도 수두룩 하다. 특허는 총 13건, 실용신안권 12건, 의장권 46건, 건설신기술 3건 등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 교육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현재 3명의 직원이 회사로부터 학자금을 전액 지원받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사장은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재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에는 대기업들이 경력사원 채용을 늘리면서 회사의 지원으로 박사과정을 밟은후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어 속상할 때가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은 71년 영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건업, 삼성종합건설 등을 거쳐 81년 LG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에 입사, 95년 LG건설 기술본부장(상무)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현장을 돌아다녔다. 대부분 오지였고 험한 공사였다. 한해에 3~4번씩 현장을 옮겨다니며 20여년을 보냈다. 그는 81년 청송보호감호소 건설현장에서 토목과장, 이듬해 안동교도소 토목소장으로 두차례 감옥공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두고 '전과2범'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99년3월 유니슨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자인 이정수 회장과 친형제처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유니슨에 근무하기 전에는 아무런 친분이 없었다. 이 회장은 창업자로 활달한 성격으로 외향적이며, 이 사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살림을 잘 챙기는 스타일로 궁합이 잘 맞는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해 유니슨을 경영한후 처음으로 어려움을 맛봤다. 한해 500억원을 넘던 매출액이 370억원대로 추락하면서 분기마다 곤혹스러웠다. 수주물량은 수백억원이 남아있는데 공기가 미뤄진데 따른 것으로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올해에는 다행스럽게도 교량부문 매출이 회복되는데다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 건설공사 진행으로 지난해의 2배를 넘는 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요즘같으면 남부러울 게 없는 표정이다.
이 사장은 "유니슨은 1984년 설립된이래 교량받침 등 토목기자재 분야에 몰두, 한우물을 파면서 쌓여온 품질 및 기술력이 풍력발전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주년을 맞는 청년기업인 유니슨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두가지로 품질과 연구소를 꼽았다. 이 두가지가 유니슨를 지탱하는 두 축이란다.
이기형기자 leeki@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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