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독일에 한국 유도 얼 심는 정이수씨
"젊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 기 위해 오랜만에 국내 매트에 돌아왔습니다."
`독일 유도의 대부'로 통하는 환갑의 재독 교포가 전국체전 유도에 출전해 아들 뻘의 선수와 나이를 뛰어넘는 한 판 승부를 벌여 큰 박수를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자동차로 유명한 독일 북부 폴크스바겐에서 25년째 한국 유도 를 전파하며 지역 사회의 대부로 떠오른 정이수(60)씨.
정씨는 11일 청주유도회관에서 계속된 제85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유도 1 00㎏ 이하급에 재독 대표로 출전, 아들뻘인 류광선(30.충북)과 맞붙어 비상한 관심 을 끌었다.
경기 중반까지 효과 2개만을 내주며 팽팽하게 맞서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 한 정씨는 결국 종료 2분15초를 남겨놓고 업어치기 한판패를 당했고 대선배를 눌러 송구스러워하는 상대를 따뜻이 안아 준 후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매트를 떠 났다.
결혼한 딸이 아기를 낳아 지난달 외할아버지가 됐다는 정씨는 "최선을 다했고 이기고 싶은 의욕은 넘쳤지만 상대가 워낙 젊고 패기가 좋아 기술을 걸기 어려웠다" 면서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라며 껄껄 웃었다.
정씨는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실전에 나서보면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고국의 체육 축제에 오랜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북 의성 출신의 정씨는 유도 뿐만 아니라 레슬링, 씨름 등에서도 전국체전 출 전 경력이 있는 만능스포츠맨으로, 중학교 때 유도에 입문해 60년대 후반 국가대표 로 활약하며 모교 영남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선수 은퇴 후 70년대 초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정씨는 경기대 유도부 교수로 재직하던 80년에 대한유도회의 추천으로 선수 지도 및 학업(스포츠행정)을 병행할 계획으로 독일로 건너간 후 그대로 독일에 뿌리를 내리게됐다.
정씨는 독일에서 분데스리가 1부리그 폴크스바겐의 유도팀 감독을 맡아 리그 최 다인 5회 우승 및 유럽 선수권 2회 제패의 업적을 남겼고, 무수한 제자들을 키워내 독일 유도의 명실상부한 '마이스터'로 자리잡았다.
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독일 대표팀 감독인 프랑크 비네케 등이 그의 품에서 자라난 선수.
폴크스바겐 팀은 이런 공로를 인정, 정씨가 환갑을 넘겨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 도 명예감독으로 추대해 선수촌 내에 방을 마련해 주고 계속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 도록 특별히 예우하고 있다.
아직도 1년에 서너 차례씩 유럽 각국과 미국 등을 돌며 순회 지도를 할 정도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유도가 좋아 평생 매트 위에서 살아왔다"면서 " 앞으로 힘 닿는데까지 먼 이국땅에 한국 유도를 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 어 말했다.
ykhyun14@yna.co.kr [연합뉴스 2004-10-11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