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금강산 신계사에 파견되는 제정스님(42)은 “북측 사람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제정스님은 조계종 공모를 통해 신계사 주지로 선발됐으나,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복원불사 도감(총책임자)’ 신분으로 오는 11일쯤 신계사에 파견된다.
그는 신계사에 상주하며 조각, 공예, 건축, 불화, 조경 등 제반 복원불사를 총 관리·감독하고, 신계사 홍보, 현지인과 관광객을 위한 신행 안내 등을 맡게 된다. 스님은 지난 2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복원 추진위원회 위원장 종상스님으로부터 도감 임명장을 받은 바 있으며, 총무원장 법장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명성스님 등 종단 원로들의 각별한 격려를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법장스님은 “종단 사상 첫 불교대사가 나왔다”며 “신계사 법당 안에서 기도만 해도 남북통일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스님은 경남 합천 해인사 율원(계율 교육기관)을 최우수 졸업한 재원. 영남대 중어중문과를 나와 지난 89년 혜암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한 그는 불가에 귀의, 동국대 대학원에서 선종사와 문화재, 불교건축사 과정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또 3년여 동안 미국 포교생활과 1년 가량의 미얀마 양곤의 선원생활 등을 통해 국제화 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한편 남북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계사 복원불사는 오는 20일 1단계 대웅보전 낙성식을 가지며, 법당, 요사체, 만세루 등 12개동 복원불사가 2007년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옛 가람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정성수기자/hul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