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누가 ‘넘버 원’일까?아마추어 최고 투수자리를 놓고 김명제(17·휘문고 3년)와 손승락(영남대 4년)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명제는 지난 9일 두산의 1차지명 선수로 낙점받아 역대 몸값 3위인 계약금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명제가 예상을 깬 대박으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손승락도 힘을 냈다.
손승락은 지난 11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 54회 전국종합야구선수권대회에서 내년 시즌 자신이 몸담게 될 현대 2군과의 1회전에 등판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피칭을 했다. 3이닝 동안 3안타 2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제구력이 동반된 최구구속 149㎞의 힘 있는 직구를 꽂아 현대 관계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프로 스카우트들도 올 시즌 아마추어 최대어로 두산에 입단한 김명제와 손승락을 꼽고 있다. 그러나 스카우트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현재 최고의 아마추어 투수는 손승락에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명제는 아직 나이가 어려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점을 빼면 손승락보다 나은 점이 별로 없다. 투수를 보는 눈이 뛰어난 LG 이효봉 스카우트는 “팔 스윙이 저렇게 부드럽고 빠른 투수는 처음 본다”며 “특히 직구는 프로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는 명품급”이라고 칭찬했다.
186㎝ 78㎏의 다소 호리호리한 체구의 손승락은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투수로 변신했다. 대구고 시절 유격수로 활약하다 에이스 윤길현(현 SK)이 위기상황에 몰리면 불끄는 소방수로 등판했던 그는 대학 진학 후 권영호 감독의 꼼꼼한 지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올 시즌 최고구속을 놓고 보면 김명제와 손승락은 똑같이 149㎞를 찍었다. 그러나 볼끝에선 큰 차이가 났다. 김명제가 힘에 의존해 도리깨질하듯 볼을 던져 볼끝이 무딘 반면 손승락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아움직이는 듯한 뛰어난 볼끝을 자랑했다.
입이 짧아 체중이 78㎏에 불과한 손승락은 프로 입단 후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다면 직구 최고구속이 150㎞를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점으로 지적된 변화구 구사능력도 이유가 있다. 변화구 손재주에 빠지면 직구 스피드가 처진다며 권 감독이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주문해서다. 2001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에 2차 3번으로 지명됐던 손승락이 ‘돈벼락’을 맞은 김명제를 제치고 아마추어 ‘넘버 원’ 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